이 글을 올리기로 결심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에게 너무 소중하고 너무 아팠던 시간이었기에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암과 싸우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가족분들에게 제가 겪었던 이 이야기가 작은 빛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용기를 내어 봅니다.
2019년 가을이었어요. 평소 잔병치레 하나 없으시던 어머니가 계속 위장 쪽이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근육통이나 소화 불량이겠거니 하고 동네 내과를 찾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결국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를 갔고 안 좋은 소견서를 받고, 그러고 나서 다시 일주일 후 종양내과를 찾게 되었고, 또다시 4일간의 정밀 검사가 이어졌습니다. 그 기간이 제겐 너무나 길고 불안했습니다. 매일 밤 혹시 모를 소식에 잠 못 이루며 그저 아무 일 없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병명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 세상은 정말로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귀가 먹먹해졌습니다. 우리 엄마가 암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는데, 어머니는 오히려 담담하게 교수님께 질문을 하셨죠. "교수님, 저 살 수 있는 거죠?" 다행히 교수님은 항암 치료를 급하게 진행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고 하셨습니다.
병원을 나서는 길, 저는 눈물만 났는데 어머니는 오히려 저를 위로하시며 배고프지 않냐고 물으셨습니다. 어머니 손을 잡고 동네 갈비 정식집으로 향했죠. 식당에 앉아 숯불 위에 놓인 갈비를 보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탄 걸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데, 엄마가 앞으로 드실 음식은 내가 정말 건강하게 차려드려야겠다.'
그날 이후 저는 하던 일을 모두 내려놓았습니다.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때였지만, 저에게는 돈을 버는 것보다 어머니의 건강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하루 종일 유튜브와 블로그, 책을 뒤져가며 암 환자에게 좋다는 음식과 생활 습관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좋은 레시피를 찾고 매일매일 식단을 짜고 직접 시장을 가서 음식을 해드렸죠.
간병을 하다가 힘들 때면 핸드폰을 켜서 친구들, 지인들, 심지어 의사 친구에게 연락해서 "엄마 좀 살려 달라"고 부탁해 봤지만, 아무도 정말 아무도 도와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성격이 모난 건지는 몰라도 그들의 따뜻한 위로의 말 따위는 들리지도 않더라고요. 아는 의사 친구에게도 매달려봤지만 결국 도와줄 수 없다는 냉정한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어머니의 건강을 되찾아드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요. 매일 어머니께 건강한 음식을 차려드리면서 저는 점점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먹는 것들, 생활하는 것들을 바꾸면 어머니를 살려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고 어머니도 힘든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하루하루가 어머니와 제가 가장 행복하고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함께 싸워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부연 설명하자면 저는 1년 정도만 어머니를 간병했고 그 후론 어머니와 아버지가 스스로 해 나가셨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어머니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수술 없이 완치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완전 관해 라고 하죠. 저도 어머니도 그리고 담당 교수님도 믿기 힘든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이것은 우연한 기적이 아닙니다. 함께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결과입니다.
저는 의사나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리고 사이비도 약파리도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에게 어떤 특정 치료법을 강요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저의 작은 경험이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큰 희망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수 박진영 님께서 하셨던 말씀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좋은 걸 먹어서 건강한 게 아니라, 안 좋은 걸 안 먹어서 건강한 것이다."
여러분의 힘든 여정에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