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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서울시 서초구
문화/취미
시온
인증 31회 · 2일 전
옆집 사람의 이름 아냐고요? 우리 아파트에선 다 압니다
아파트는 한국에서 수익을 안겨줄 자산이자, 대출을 끼고 사는 상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남양주 별내에는 조금 다른 아파트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전광판 층수 대신 이웃의 안부를 묻는 곳, 결혼식을 잔디마당에서 올리고 막걸리 동아리가 직접 빚은 술을 하객에게 내어주는 곳, 경비 노동자를 '보완관님', 미화 노동자를 '벼리님'이라 부르는 곳. 한국 최초의 협동조합 아파트 위스테이별내 이야기다.위스테이 별내는 개발단계부터 입주자를 직접 주체로 세우는 전무후무한 개발 방식을 택했다. 입주자들이 힘을 가질 수 있게 법적인 주체로 세울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2017년 5월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했으며, 2020년 6월 협동조합형 공동체 아파트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 -이 책은 독특한 협동조합형 공동체 아파트의 주민들이 직접 쓴 기록이다. ⓒ 빨간소금관련사진보기
협동조합형 공동체 아파트 주민의 삶
이 책은 이 독특한 협동조합형 공동체 아파트의 주민들이 직접 쓴 기록이다. 위스테이별내 마을작가단이 10여 년의 공동체 생활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냈다. '공동체 아파트'라는 낯선 개념이 어떻게 현실이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기획자나 연구자의 시선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 밥을 먹고 아이를 키우고 갈등을 겪어온 사람들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읽는 내내 온기가 느껴진다.이들은 자신들을 '집을 소유하는 대신 함께 살아가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한다. 이를 위해 입주 초기 이들은 가구를 남양주시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품으로 공동구매했고, 입주청소 역시 지역 조직과 함께 진행했다.처음 아파트를 들어서면 여느 아파트와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협동조합과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협동사회협동조합은 그로서리 상점을 운영하고, 가치하다협동조합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3로27사회적협동조합은 어린이돌봄과 교육을 맡고 있고, 60+행복협동조합은 시니어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고 관계가 이어지는 공간이다.예를 들어 협동사회협동조합 상회에서 일하던 몇 분이 매장 앞 평상에서 식재료를 다듬고 있으면 지나가던 주민이 자연스럽게 평상에 앉아 일손을 보탠다. 동아리도 자전거 동아리, 다이어트 댄스 동아리, 막걸리 동아리 등 다양하다.아파트 전체의 공동체 활동도 다양하다. 5월은 꽁날을 한다. 이는 공동체의 날의 줄임말이다.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 아이들을 포함한 이웃들이 들고나온 물품으로 풍성한 벼룩시장이 열리고, 맛있는 먹거리와 다채로운 공연도 준비돼있다.8월 물놀이잔치에서는 마을의 활동화폐 '별'이 통용된다. 별은 평소 플로깅 등 마을활동을 하면 주어지는 화폐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별이 있어야 풀장에 입장하고, 맛있는 음식들과 바꿔 먹을 수 있다. 1년에 두 세 번 발간되는 <동네신문>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모은 엑기스이다. 마을잔치, 꽁날, 김장 등 굵직한 행사 소식 외에 동네에서 소소하게 일어나는 일상을 담는다.이러한 활동을 위해 위스테이별내 사무국에는 6명의 유급활동가가 있다. 이들은 사업 기획, 공간 관리, 홍보, 조합원 관리, 행사 진행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위스테이별내의 각 소위원회/팀/분과/모임에는 저마다 역할을 수행하는 100여명의 자원 활동가가 있다.사회적 고립이 깊어지고, 저출생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1인 가구가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해 거창한 정책 대신 아주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옆집 사람의 이름을 알고, 밥 한 번 같이 먹고, 아이를 잠깐 맡아주는 것. 그것이 쌓이면 아파트도 마을이 된다.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실천적 모델로, 공동체와 돌봄을 고민하는 독자라면 희망의 기록으로, 그냥 더 나은 이웃 관계를 꿈꾸는 독자라면 용기를 주는 이야기로 읽힐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