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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시온
인증 31회 · 4일 전
[브라보 문화 이슈] 구순 앞둔 최고령 배우, 신구의 뜨거운 행보
구순 앞두고 무대의 중심에 서다
신구는 3월 개막해 오는 7일 폐막하는 장진 감독의 연극 ‘불란서 금고-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원로 배우 이순재가 별세한 뒤 현역 최고령 배우가 된 이후 선보인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렸다.
특히 이번 작품은 장진 감독이 집필 단계부터 신구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으로 알려졌다. 신구 역시 대본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혀 기대를 더했다.
연극은 어느 은행 지하 비밀 금고 앞에 모인 다섯 인물이 벌이는 하룻밤의 사건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신구는 극 중 시력을 잃은 대신 뛰어난 청각으로 금고를 여는 ‘장인’ 역을 맡았다. 제목에 등장하는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 역시 극 중 신구의 대표 대사다.
사실상 극의 중심에 선 그는 관록 있는 연기로 무대를 압도했다. 신구가 출연하는 회차는 일찌감치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공연은 당초 일정보다 일주일 연장됐다.
인간의 욕망과 허무를 꿰뚫는 장인의 대사는 신구의 연륜과 만나 더욱 깊은 울림을 전했다. 공연을 관람한 이들 사이에서는 “신구의 대사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에 눈물이 났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불란서 금고’를 마친 신구는 곧바로 다음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다. 오는 7월 8일부터 8월 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베니스의 상인’이다.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으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과 상인 안토니오를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과 정의, 자비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 박근형은 샤일록 역을, 신구는 베니스의 통치자인 공작 역을 맡는다. 두 배우는 앞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깊은 호흡을 보여준 바 있어 이번 작품에도 기대가 모인다.
특히 7월 11일 공연은 청년 연극인을 위한 ‘연극내일기금 기부공연’으로 진행된다. 두 사람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후배 연극인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신진 배우 육성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오랜 세월 무대를 지켜온 대선배들의 귀감 있는 행보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에서 공작 역을 맡는 신구.(파크컴퍼니)
건강도 막지 못한 연기 열정
신구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건강 문제 때문이다. 그는 2022년 심부전증 진단을 받고 심장박동기 삽입술을 받았다. 한때 건강 이상설까지 돌았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신구는 ‘불란서 금고’ 제작발표회에서 “몸이 신통치 않다. 가장 힘든 점은 몸이 마음만큼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대사를 외우는 일도 쉽지 않다. 외웠다고 생각해도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린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무대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얼마 전 제가 형님이라 부르던 이순재 씨가 돌아가셔서 이제 위로 모실 분이 안 계신 것 같아 아쉽기 짝이 없다”면서 “살아있으니까, 평생 해왔던 일이니까 연기하는 거다. 밥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최근 '베니스의 상인' 제작발표회에서도 그는 "귀가 잘 안 들리고 몸이 뜻대로 안 된다"며 "세월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 힘이 남아 있다. 연습하고 공연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신구는 몇 년째 심장박동기를 품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 세월은 누구도 비켜가지 못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자신의 시간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에게 연기란 직업을 넘어 평생 이어온 삶의 방식이다. 무대 위 신구가 빛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