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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독립 | 당근 카페
시온
인증 30회 · 4일 전
명랑한 독립
정용규 기자 cstimes@cstimes.com
윤명숙·박승숙/(주)김영사/1만8800원
컨슈머타임스=정용규 기자 | 85세에 짐을 싸 나온 여자,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찾다
화제의 칼럼 '윤명숙의 시니어하우스 일기'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윤명숙은 스무 살에 결혼했다. 남편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었다. 이후 65년을 내조와 육아로 살았다. 예순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67세에 등단했으며, 83세에 첫 책을 냈다. 2023년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그해 그는 짐을 쌌다.
아이들은 말렸다. 윤명숙은 듣지 않았다. 시니어하우스 입소 제한 연령 마지노선인 만 85세를 턱걸이로 통과해 이사했다. 평생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내린 결정이었다.
새 둥지는 평균 나이 87세 노인들이 350세대 규모로 모여 사는 아파트다. 공동 식당에서 삼시 세끼를 함께 먹어야 하는 이웃들. 80대에 다시 시작하는 관계 맺기. 키오스크 앞에서 주춤거리고, 노트북을 열어 매일 글을 쓰고, 식당 짝꿍을 찾아 나선다. "익숙해질 때쯤이면 내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는데"라는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그는 다시 앉는다.
딸 박승숙은 매주 시니어하우스를 찾는다.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 된다. 엄마의 오늘이 자신의 내일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번갈아 글을 쓴다. 엄마의 목소리와 딸의 목소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아닌, 그저 윤명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보는 것. 이 책이 말하는 독립은 그것이다.
노년을 먼 일로 여기는 독자에게, 부모가 늙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독자에게 두루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 윤명숙은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67세에 등단해 수필집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을 출간했다. 공저자 박승숙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예술대학에서 미술치료 석사학위를 받았다. 20년간 미술치료사로 일했으며 현재 중장년 교육원 '다시배움' 대표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