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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조금 통통해야 건강하다?…시니어 체중 관리의 진짜 기준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나이가 들면 조금 살집이 있어야 보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말을 흔히 한다. 실제로 노년기에는 지나치게 마른 몸보다 적정 체중과 근육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작정 살을 찌우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부를 수 있다. 체중 증가가 근육이 아니라 내장지방 증가로 이어지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관절질환 등 만성질환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시니어 체중 관리는 몸무게를 단순히 늘리거나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근육이 줄고 있는지, 식사는 제대로 하는지, 만성질환은 조절되고 있는지, 잘 걷고 움직일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살을 찌워야 하는 사람도 있고 줄여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준은 하나다. 체중계 숫자보다 ‘생활할 수 있는 몸’을 지키는 것이다. ◇ 살 빠졌다고 좋아할 일 아니다노년기에 체중이 줄면 “입맛이 없어서”, “나이 들어서”라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특별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 살이 빠졌다면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65세 이상 노인을 5~10년 관찰했을 때 15~20%에서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가 보고됐다고 설명한다. 치아 문제로 잘 씹지 못하거나 삼키는 기능이 떨어진 경우, 우울감, 치매 초기, 암, 갑상샘질환, 위장질환, 복용 약 부작용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특히 6개월 사이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의 5% 안팎이 줄었다면 확인이 필요하다. 60kg이던 사람이 별다른 노력 없이 3kg 이상 빠졌다면 “살이 빠져 다행”이라고만 볼 일이 아니다.◇ 국내 연구 “마른 사람의 감량, 비만한 사람의 증량 모두 위험”2024년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지에 실린 국내 연구는 한국고령화연구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2년 동안 고령자의 체중 변화와 사망 위험의 관련성을 살펴봤다.결과는 단순했다. 이미 마른 사람이 더 빠지는 것, 비만한 사람이 더 찌는 것 모두 좋지 않은 신호였다. 이 연구에서 BMI 20 미만인 저체중자가 5kg 넘게 체중을 줄인 경우 기준군보다 사망 위험이 3.8배 높았다. BMI 20~25인 사람도 10kg 넘게 감량하면 사망 위험이 2배 높았다. 반면 BMI 25 이상인 비만군이 10kg 이상 체중을 늘린 경우 사망 위험은 4.3배 높게 나타났다.BMI는 체질량지수로,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비만도를 판단할 때 많이 쓰이지만, 노년기에는 BMI만으로 건강 상태를 단정하기 어렵다. 같은 BMI라도 근육이 많은 사람과 지방이 많은 사람의 건강 상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결국 이 연구가 말하는 핵심은 “노인은 무조건 살을 빼면 안 된다”거나 “무조건 찌워야 한다”가 아니다. 마른 사람의 체중 감소와 비만한 사람의 추가 체중 증가는 모두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살찌워야 한다면 ‘근육’을 늘리고, 비만도 급하게 빼면 안돼노년기 체중 증가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저체중이거나 식사량이 크게 줄어든 경우, 병을 앓고 난 뒤 기력이 떨어진 경우, 근육이 빠져 걷는 힘이 약해진 경우에는 체중 회복이 필요하다.다만 목표는 단순한 ‘살찌우기’가 아니라 근육과 체력을 되찾는 것이어야 한다. 빵, 과자, 떡, 라면, 달콤한 음료로 식사량을 늘리면 체중은 늘어도 근육보다 지방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혈당, 혈압, 중성지방, 지방간이 나빠질 수도 있다.체중을 늘려야 하는 시니어라면 단백질 반찬을 먼저 챙기는 것이 좋다. 달걀, 생선, 두부, 콩, 살코기, 우유, 요거트 등을 끼니마다 나눠 먹고 가능한 범위에서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반대로 비만한 시니어는 체중 감량이 필요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관절염,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적절한 감량이 혈당·혈압 조절과 관절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된다.문제는 속도와 방법이다. 질병관리청은 2024년 2월 29일 게시한 ‘노인의 체중관리 방법’ 자료에서 노인 체중 감량 때 뼈와 근육 손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동 없이 식사량만 줄이면 근감소성 비만이나 골다공증을 유발해 골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또 과도한 식이 제한은 단백질·비타민 결핍을 부를 수 있고, 급격한 체중 감소는 담석·담낭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초기 체중의 5~10% 정도를 식사 조절과 운동으로 서서히 줄이는 방식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70kg인 사람이라면 우선 3.5~7kg 정도를 수개월에 걸쳐 줄이는 식이다.◇ 체중계보다 생활능력을 봐야시니어 체중 관리의 첫 단계는 최근 체중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 3~6개월 사이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 식욕, 치아 상태, 삼킴 기능, 우울감, 복용 약, 소화기 증상 등을 점검해야 한다.BMI만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체중은 그대로인데 배가 나오고 팔다리가 가늘어졌다면 근육이 줄고 지방이 늘었을 수 있다. 허리둘레, 악력, 보행 속도, 계단 오르기 능력 등을 함께 봐야 한다.노년기 체중 관리의 기준은 체중계 숫자가 아니라 근육, 식사량, 보행능력, 만성질환 관리 상태다. 저체중이거나 영양 상태가 나쁜 고령자는 체중 회복이 필요하지만, 비만한 고령자가 무작정 살을 찌우거나 정상체중자가 급격히 감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구예슬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노년기에는 체중을 줄일지 늘릴지를 몸무게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체중 변화가 크거나 식사량이 줄었다면 근육 상태와 질환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