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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공세권’이 명당…심혈관질환 있다면 ‘걷고 싶은 동네’가 답이다 | 당근 카페
시온
인증 30회 · 6일 전
나이 들면 ‘공세권’이 명당…심혈관질환 있다면 ‘걷고 싶은 동네’가 답이다
32만명 9년 추적 연구서 공원 많은 지역 심혈관질환 위험 17% 낮아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나이가 들수록 집을 고르는 기준은 달라진다. 젊을 때는 출퇴근 거리와 교통, 집값을 먼저 봤다면 노년기에는 병원·약국이 가까운지, 장 보러 가기 편한지, 길이 평평한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여기에 하나 더 살펴볼 중요한 조건이 있다. 집 주변에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공원과 산책로가 있는지다.최근 연구들은 공원을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심장과 혈관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활환경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이 있는 시니어에게 ‘공세권’은 부동산 편의가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 인프라다.◇ 공원 많은 지역, 심혈관질환 위험 낮았다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과 길병원 인공지능빅데이터센터 공동 연구팀(김은지·권준현·정윤재)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성인 32만1999명을 2010~2012년부터 2019년까지 추적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거주 지방자치단체 전체 면적 중 공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네 구간으로 나눈 뒤 심근경색, 심부전, 뇌혈관질환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공원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의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1000명당 연간 3.59건이었다. 반면 공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2.60건으로 낮았다. 나이, 성별, 소득 수준, 흡연 여부, 동반질환 등을 보정한 뒤에도 공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가장 낮은 지역보다 17% 낮은 것으로 추산됐다. 녹지 비율이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6%씩 줄어드는 경향도 나타났다.눈에 띄는 점은 대도시에서 효과가 더 뚜렷했다는 것이다. 서울과 광역시처럼 인구 밀도와 교통량이 높은 지역에서는 공원 비율이 높아질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단계적으로 낮아졌다. 대도시는 대기오염, 소음, 열섬현상 등 환경 스트레스가 큰 만큼 공원과 녹지가 완충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중요한 건 ‘풍경’보다 ‘걸을 수 있는 공원’공원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우선 사람을 걷게 만든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집 주변에 걸을 만한 길이 없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반대로 집 가까이에 평탄한 산책로와 벤치, 나무 그늘이 있으면 짧게라도 밖으로 나가게 된다.이런 작은 신체활동이 쌓이면 혈압, 혈당, 체중,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이 된다. 심혈관질환 예방에서 규칙적인 움직임이 중요한 만큼 공원은 일상 속 운동을 돕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공원은 마음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나무가 있는 공간을 걷거나 벤치에 앉아 쉬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풀리고 스트레스가 완화될 수 있다. 또 산책 중 이웃을 만나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경험은 노년기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와 고립감은 혈압과 수면, 심장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다만 녹지가 많다고 모두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창밖으로 산이 보여도 경사가 심하거나 접근이 어렵다면 매일 이용하기 힘들다. 도로변 수풀이나 멀리 떨어진 녹지도 시니어에게는 실질적인 산책 공간이 되기 어렵다. 노년기 건강에 더 중요한 것은 ‘보이는 녹지’가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다.◇ 심혈관질환 있다면 이런 동네 찾으세요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위험 요인이 있는 시니어라면 주거지를 볼 때 몇 가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집에서 천천히 걸어 10~15분 안에 갈 수 있는 공원이나 산책로가 있는지, 길이 평평하고 횡단보도가 안전한지, 중간에 쉴 벤치와 그늘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꼭 큰 공원일 필요는 없다. 작은 근린공원, 하천 산책로, 아파트 단지 안 걷기 좋은 길도 도움이 된다. 다만 화장실, 조명, 미끄럼 방지 관리가 잘돼 있어야 한다. 특히 겨울철 낙상 위험이 큰 어르신에게는 바닥 상태와 경사도도 중요한 조건이다.병원과 약국 접근성도 함께 봐야 한다. 공원이 가까워도 정기 진료를 받기 어렵거나 약을 타러 가기 불편하면 노년기 주거지로는 아쉽다. 심혈관질환은 꾸준한 약 복용과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다만 공원이 약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미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다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고, 흡연자는 금연을 해야 하며, 식사와 체중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다만 집 주변 환경은 이런 건강관리를 쉽게 만들 수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결국 노년기 좋은 집은 넓고 비싼 집만이 아니다. 문밖으로 나섰을 때 무리 없이 걸을 수 있고, 힘들면 잠시 앉을 수 있으며, 계절마다 바뀌는 나무를 보며 숨 돌릴 수 있는 동네가 심장에는 더 좋은 집일 수 있다.김은지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번 연구가 공원이 심혈관질환을 직접 예방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인구집단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 일관된 연관성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도시계획과 토지 이용 정책을 통해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원과 녹지를 확충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공중보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뉴스퀘스트(https://www.newsqu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