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책과 영화가 허벌~ 인기가 있었는데, 오늘은 그냥 ‘문자의 전성시대’.
요즘 젊은 아해들 문자 세계를 보면 참 신기하다. 우리 세대는 “밥 먹었니?” 한 줄도 정성을 다했는데, 요즘은 자음이나 모음 하나로 연애도 하고 싸움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며칠 전 중딩생 휴대폰을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슬쩍 보니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시발ㅋ”: 웃김, “오 시발” : 놀람, “시발…” : 슬픔, “시발!” : 분노, “ㅅㅂ” : 더욱 급함. 순간 깜짝 놀랐을 수밖에. 아니, 세상에나 세상에나! 욕 한마디로 희로애락을 다 표현한다고?
예전에는 감정 표현을 편지로 했다. “당신이 그리워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최소한 이 정도 운치는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 시발…” 이 한 줄이면 실연, 월급, 교통체증, 배달 지연까지 다 설명이 된다. 참 간편한 시대다.
더 웃긴 건 ‘문자 심리 테스트’였다. “자기야~ 했을 때”의 반응으로 사람 심리를 분석한다는 것이다.
“왜?” → 관심 없는 친구, “왜 내가 자기냐~” → 친한 친구, “응~” → 썸 타는 사람, “전화하는 사람” →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
이것도 김작가는 혼자 배 잡고 웃을 수밖에. 우리 세대였다면 어땠을까?
“자기야~” 하면 대개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누구요?”, “전화 잘못 거셨습니다.”, “보험 가입 안 합니다.”, “지금 경로당 회의 중입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는 문자 문화가 아직도 어색하다.
어린아이는 “ㅋㅋㅋㅋ”를 다섯 개씩 보내는데, 우리는 “^^” 하나 찍는 데도 고민한다. 혹시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실례는 아닐까 싶어서다.
어느 어르신은 손녀에게 “ㅎㅎ”를 보내려다가 돋보기 없이 잘못 눌러 “ㅗㅗ”를 보내셨다 한다. 그날 가족 단체방이 발칵 뒤집혔다. 또 어떤 분은 “오키” 대신 “오끼”를 보내셨는데 손자가 “할머니, 왜 화났어?”라고 물었다고 한다.
세상은 변했다. 예전에는 사랑을 멀리 우체국까지 걸어가서 편지를 부쳤다니까. 지금은 하트 이모티콘 하나면 끝이다.
그 옛날엔 싸우면 얼굴 보고 삿대질이라도 했는데, 요즘은 읽씹(읽고 무시하기) 한 번이면 관계가 끝난다. 참 편리하면서도 이상한 시대다.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간 마음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젊은이도 관심받고 싶고, 중년들도 외롭고, 시니어들도 누군가에게 “잘 지내셨어요?” 한마디 듣고 싶다.
김재화 작가·유머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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