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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멋이야…감추지 않는 나의 ‘그레이’ | 당근 카페
시온
인증 15회 · 2일 전
그래, 이 멋이야…감추지 않는 나의 ‘그레이’
흰머리로 개성 표현하는 ‘고잉 그레이’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더뉴그레이’ 멤버 이미화씨(63)가 자연스러운 흰머리 헤어스타일과 감각적인 패션을 매치했다. 더뉴그레이 제공“올해의 팬톤 컬러요? 우린 이미 가지고 있어요.” 색채 전문기업 팬톤이 올해의 색으로 ‘클라우드 댄서’를 선정하자 “우리 색”이라며 환영한 이들이 있다. 바로 흰머리를 자연스럽게 드러낸 시니어 세대다. 클라우드 댄서는 맑고 절제된 흰색이다. 팬톤은 “단순한 흰색이 아닌, 자연스러운 흰색으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듯하면서도 평온함이 가득한 고상한 흰색”이라고 설명한다. 세월을 뽀얗게 머금은 흰머리만큼 이 색을 설명하기 적확한 예가 있을까.염색으로 적극 감추던 노화 상징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이들 늘어 ‘지금 나를 좋아하고 받아들인다’ 시니어들의 메시지 표현 매개체흰머리 비율 따라 컬러 블렌딩 한국만의 방식으로 변주하기도흰머리를 ‘힙’하게 표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멋으로 소화하는 사람들이다. 한동안 흰머리는 감춰야 할 대상이었다. 새치가 보이면 염색약을 찾고, 뿌리가 자라면 미용실 예약을 잡았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흰머리는 노화의 징후를 넘어 ‘자기관리 부족’이나 ‘노안’과 쉽게 연결됐다. 그런데 최근 풍경이 달라졌다. 흰머리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거나, 기존 머리색과 섞어 세련되게 연출하는 ‘고잉 그레이(Going Gray)’가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동안 압박 대신 ‘나다움’ 찾기한국은 유독 ‘어려 보인다’는 말을 칭찬으로 여기는 사회다.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면 동안이라 부르며, 관리를 잘했다는 평가가 따라온다. 반대로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은 무례하거나 부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경쟁 중심의 사회 분위기도 이를 부추겼다. 채용, 서비스업, 결혼 등에서 외모가 경쟁력으로 작동했고, 젊고 생기 있는 인상이 사회적 자산처럼 기능해왔다. 세계적 규모로 성장한 K뷰티와 성형 산업, 이미지 중심의 SNS 문화가 결합하면서 ‘젊어 보여야 한다’는 압박은 더욱 강해졌다.흰머리는 그 압박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위 중 하나였다. 새치를 염색하지 않으면 ‘관리 안 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고민이 깔려 있었다. 특히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여성의 흰머리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읽히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 캐나다 연구진이 71세 이상 여성 36명을 심층 인터뷰해 연구한 논문을 보면, 참가자 다수는 회색 머리를 ‘추함’ ‘의존성’ ‘건강 악화’ ‘사회적 단절’ ‘비가시성’과 연결해 인식했다.
강경화 주미대사(71)의 단정한 흰머리 헤어스타일. 하지만 이런 인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강경화 주미대사가 2017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자연스러운 흰머리를 드러낸 단정한 스타일로도 주목받았다. 한동안 감춰야 할 것으로 여겨졌던 백발이 오히려 전문성과 자신감, 세련된 이미지로 읽힐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퍼스널이미지협회를 이끄는 홍정화 컬러에이치 대표는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아이 같은 얼굴’이 칭찬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나이에 어울리는 외모와 스타일을 찾으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 들수록 ‘개성’ 살리는 사람들
흰머리를 세련되게 연출한 ‘더뉴그레이’ 멤버 박성만(67·왼쪽)·지성언(71)씨. 더뉴그레이 제공변화는 시니어 세대에서 먼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더뉴그레이’에는 5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중장년 세대가 모였다. 이들은 단순히 ‘젊어 보이기’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찾는다. 흰머리 역시 숨겨야 할 결점이 아니라 개성을 살리는 스타일링의 일부가 된다. 은빛 머리를 자연스럽게 살린 채 코트, 셔츠, 액세서리를 매치하고 파랑·분홍 같은 강렬한 색도 거리낌 없이 소화한다. 검은 머리로 젊음을 흉내 내기보다, 지금의 나이에 어울리는 우아함과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이다.더뉴그레이 유대영 대표는 “그레이 헤어는 단순히 머리색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이라며 “예전에는 검은 머리로 최대한 젊어 보이려 했다면, 최근에는 자신의 나이를 수용하는 멋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흰머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지금의 나를 좋아하고 받아들인다’는 메시지를 주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30·40대 역시 흰머리를 스타일 요소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오진영씨(38·가명)는 임신 기간 염색을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기른 흰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오씨는 “출산 후에는 모유 수유를 하느라 염색을 미뤘는데, 천연 옴브레처럼 자리 잡은 흰머리가 나름 개성 있어 보여서 그대로 헤어 스타일링을 하고 있다”며 “염색을 안 하는 것 또한 개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다양한 ‘고잉 그레이’ 스타일이 가능해진 점도 변화를 이끄는 요인이다. 서울 연희동에서 살롱리아를 운영하는 히로 원장은 2018년부터 흰머리를 자연스럽게 살리는 ‘고잉 그레이’ 스타일을 소개해왔다. 획일적인 새치 염색에서 벗어나, 흰머리 비율과 모발 상태 맞춤형 커트와 컬러 블렌딩으로 다양한 흰머리 스타일을 디자인한다. 히로 원장은 “전에는 새치를 어떻게 완벽하게 가릴지 묻는 고객이 많았다면, 요즘은 흰머리를 자연스럽게 살릴 수 있는지 상담하는 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고령화 사회, 자연스러운 변화흰머리 스타일링은 고령화 사회의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그레이 헤어가 유행했다. 2010년대 ‘그레이 헤어’가 유행어 후보에 올랐고, 흰머리를 드러낸 여성들의 스타일북과 사진집이 잇따라 출간됐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며 중장년층이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자, ‘젊어 보이는 외모’보다 ‘나이에 어울리는 멋’이 시장성을 갖게 된 것이다.유럽과 북미에서도 흰머리는 패션 코드로 소비돼왔다. 중장년 모델들이 백발 그대로 런웨이에 서고, 은빛 머리카락은 권위, 독립성, 세련미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활용됐다. 한국 역시 이런 흐름을 뒤늦게 따라가면서도 한국만의 방식으로 변주하고 있다. 흰머리를 완전히 드러내기보다 블렌딩하거나 기존 스타일과 섞어 보다 더 세련되게 연출하는 방식이다. 홍 대표는 “시니어 모델들 사이에서는 검은 머리 대신 흰머리를 개성 있게 표현해 차별성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살리려는 스타일이 늘고 있다”며 “이제는 어떤 머리색이냐보다 얼마나 자신에게 어울리게 스타일링하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