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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조 치매머니를 케어하라"···은행권, 시니어 자산관리 총력전
은행연 '치매환자 금융착취 대응 태스크포스' 구성'공동 가이드라인' 제정···전담조직 신설·상품 출시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은행권이 시니어 자산관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172조원에 달하는 '치매머니'를 보호하기 위한 공동 가이드라인 제정 마련은 물론이고, 치매머니 보호 전담 조직과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치매환자 금융착취 대응 태스크포스(이하 대TF)'를 꾸려 치매머니 보호를 위한 공동 가이드라인 제정을 검토 중이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치매환자 증가세로 인해 금융 취약계층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자산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는 2025년 97만명에서 올해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2044년에는 2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치매환자 급증에 따라 고령자의 인지기능 저하 또는 치매 판정으로 사실상 동결될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치매머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72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205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5.6%에 달하는 약 488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치매머니가 금융사기나 범죄에 악용되거나, 예금주(치매환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은행권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TF는 각 은행의 대응 현황을 공유하는 한편, 금융착취 대응 가이드라인을 은행권 공동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 중이다.
검토 근거로는 삼고 있는 모델은 미국의 노인금융착취 예방 및 대응 사례다. 미국의 경우 관련 다기관 연계 프로세스가 구축돼 있으며, 금융착취 의심거래 신고 및 계좌인출 보류 등과 관련된 법률이 제정돼 있다. 이에 따라 TF는 미국 등 선진 사례를 바탕으로 치매환자 의심 징후와 그 판단 기준, 금융착취로 의심되는 거래 유형, 대응 방법 등을 논의하고 실질적인 치매머니 보호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착취 등에 대한 사회적 공통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으며, 은행원이 치매환자를 직접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 등 현실적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관련 검토는 신중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또한 지난 1월 치매머니 관련 TF를 구성해 각 업권 협회 및 개별 금융회사와 치매환자의 금융피해 방지책, 치매환자·가족의 재산활용, 치매신탁과 치매보험 활성화 방안 등 치매머니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개별 시중은행들도 별도 전담 조직을 구성하거나 특화 상품 또는 서비스를 내놓으며 대응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금융권 최초로 치매 전담 특화 조직인 '치매안심 금융센터'를 신설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와 '시니어 맞춤 치매안심금융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치매 단계별 전 과정에 대한 맞춤형 치매안심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치매안심 아카데미'를 통해 치매 대비부터 자산 보호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유언대용신탁 기반 상품인 '100세 신탁'을 '내맘대로 신탁'으로 리뉴얼, 치매 등 판단능력 저하에 대비한 금융 지원 기능에 더해 자금의 운용, 인출, 이전까지 한 번에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2월 치매금융 사전예방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전사적 대응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같은 달 치매·요양 상황에 대비한 '치매 안심 신탁'을 출시했고, 고령 고객의 자산을 가족과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안심케어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치매·요양 등으로 자산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무단 사용을 막기 위한 신탁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최근에는 치매와 같이 인지 저하가 의심되는 고령 고객의 이상행동패턴을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현금인출기(ATM)에 탑재하는 등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등 인지저하 고객의 금융사기 피해와 자산 유출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고령 고객의 금융거래 안전성을 높이고, 가족이 안심할 수 있는 보호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 '치매고객 금융보호 TF'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치매 발병 시 자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을 돕기 위해 사전 지정한 자금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탁 상품 'KB골든라이프 치매안심신탁'을 출시했다. 고객이 건강할 때 지정한 방식에 따라 자산이 이전되고 관리되도록 설계해 의료비와 생활비 등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NH농협은행은 이르면 이달 중 '의료비·치매안심신탁(가칭)'을 출시할 예정이다. 가입자가 건강할 때 미리 자산을 맡기고 향후 치매 등 질환으로 자산관리가 어려워질 경우 당행이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개인상품마케팅부 내 생애주기 전반의 금융을 담당하는 '트랜드마케팅팀'을 통해 시니어 대상 상품과 서비스 마케팅을 전담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별도 치매 전용 상품은 없지만, 특약 형태로 '치매안심신탁'을 선택해 병원비·요양비·생계비 등 필요한 자금의 지급 조건을 사전에 설정하는 방식으로 자산관리가 가능한 유언대용신탁을 운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