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70 시니어들의 여가•취미•문화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일상에서 새로운 체험, 배움, 만남으로 소통하며 정보로부터 소외 받지 않도록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공간을 함께 만들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시 서초구
문화/취미
주식시장 불기둥 시대의 노인 처세 | 당근 카페
시온
인증 30회 · 3일 전
주식시장 불기둥 시대의 노인 처세
오랫동안 코스피 3,000 시대에 갇혀 국내 주식시장을 떠났었다. 그사이 미국 시장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미국 지수가 꾸준히 올라 재미를 봤다고 들었다. 일본이 한창 잘 나갈 때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일본 주부들이 미국 주식시장의 큰손이라는 말이 들리더니 지금은 우리나라가 그렇다. 요즘은 코스피 8,000을 넘어 하루에도 몇백 포인트가 왔다 갔다 한다. 매수, 매도 사이드카도 자주 발동된다. 그만큼 변동성도 크다는 얘기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판 같다.
빚을 얻어 투자하고 마이너스 통장도 활용해서 올인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외국인들이 단기간에 너무 올랐으니, 시스템상으로 빠져야 할 때라며 지속적으로 매도하고 나가는데도 개미들이 지수를 떠받치는 형상이다. 빚으로 떠받친 지수가 한계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은행에 가서 알게 되었다. 연 2.9% 이자로 버티던 노인 정기예금자들이 만기가 되자 속속 주식 투자로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기예금에 있던 목돈이다. 그간 남들은 몇 배로 버는데 고작 2.9%로 만족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는 것이 억울하다고 했다.
주변에 보면 주식만 20억 원을 넘었다는 사람도 속속 나타난다. 그렇다고 술을 산다는 사람은 없다. 돈이 주식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연일 오르기만 하는 주식 시세를 보면서 빚까지 내서 투자하고 있는데 일부 팔아서 기분 좋게 쓸 여유는 없는 것이다. 이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미국 주식 시세를 보면서 그날의 우리나라 주식 시세에서 매수매도를 판단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주식 시세 변동을 보며 가슴 졸인다. 물론 오르고 있어 기분은 좋았다. 그전에는 백만장자라고 하면 달러를 한화로 환산해서 10억 원 정도 재산을 말했는데 이젠 10억 원은 부자 축에도 못 낀다. 아파트값만 해도 서울 평균 가격이 12억 원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고 이젠 몸을 사릴 때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AI라는 세상을 뒤바꿀 호재와 반도체 바이어들이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 주변에 줄 서서 기다린다는 등 주변 여건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최고급 사양의 제품도 선보이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대로 간다는 등 호재도 이어진다. 그러니 연일 상승 장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투기를 좋아한다. 강남 아파트값이 그랬다. 시멘트로 성냥갑같이 만든 아파트가 3억 원 정도 하면 적당할 것 같은데 10억 원을 넘더니 100억 원을 바라본다니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 여기서도 '전부 아니면 꽝', '모 아니면 도', 'All or Nothing'이라며 투기 본성이 나타났다. 이쯤 되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윈스턴 처칠이 1929년 미국에 갔더니 온 나라가 주식 광풍이 불고 있더라는 것이다. 자기 돈 10%만 있으면 은행에서 나머지 90%를 대출해 줘서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곧 경제 대공황이 오면서 처칠도 원금은 물론 대규모 빚까지 지면서 큰 낭패를 당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위험지수가 74라고 한다.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위험하다는 것인데 코로나 사태 때 80에 가까웠다고 한다. 물론 위험지수가 높다고 주식이 곧 폭락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언제라도 어떤 하락 요인이 생기면 폭락할 수도 있는 위험은 안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에서 정기예금에 있던 목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는 노인들을 보면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 지수도 너무 많이 올랐지만, 더 오른다 쳐도 그 돈을 쓸 용처도 별로 없다. 물론 다다익선이라고 자식들에게 상속이나 증여로 더 줄 수는 있겠지만, 받는 처지에서는 별 차이 아니다. 반대의 경우 쪽박을 찬다면 그야말로 인생 말년에 씁쓸한 노후를 보내야 한다. 남들은 몇 배 벌었다는 얘기에 나만 혼자 속하지 못했다는 포모 현상을, 이를 악물고 참아내야 한다.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것도 노인들이 그간 익혀온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