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70 시니어들의 여가•취미•문화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일상에서 새로운 체험, 배움, 만남으로 소통하며 정보로부터 소외 받지 않도록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공간을 함께 만들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시 서초구
문화/취미
시온
인증 30회 · 1일 전
[약사, 문학을 말하다] 바뀌어 가는 이웃
내게는 작고 길쭉한 오두막이 있다. 그 속에는 작은 방도 몇 개가 있다. 가끔은 방을 만들었다 허물기도 한다. 방에 들어가 이웃들을 만나 안부를 묻고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가끔은 침묵하다가 하트만 달기도 한다. 집은 형태에 따라 이웃과 가까이 지낼 수도 있지만, 아파트에 사는 나는 이웃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다.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하고 안부를 묻기는 한다. 폰에서 만나는 이웃은 다르다. 특히 친한 카톡방 그룹은 매일 만나서 얘기를 나눈다. 거리는 가까이 살지 않지만 바로 옆에 있는 이웃처럼 느껴진다.
여고 친구들 방은 요즘 바쁘다. 여름에 해외여행을 같이 가기로 했다. 훗가이도는 7월에도 15도에서 25도 사이로 여름 피서지이며, 섬은 보랏빛 라벤다 꽃으로 단장하고 관광객을 기다린다. 미리 예약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하여 5개월 전부터 여행을 결정했다. 한 친구가 선택한 두 가지 일정을 가지고 의견을 나누면서, 확정을 작은 방에 모여서 했다. 얼굴 보이지 않아도 올리는 글로 결정하고, 여행사에 여권 사진 보내고 예약금도 보냈다.
또 다른 여고 친구들 방은 봄맞이 여행을 가기로 했다. 통영 봄바다를 보러 간다. 봄의 초록과 하늘의 파랑이 만나 사파이어 블루빛을 띤 바다를 보러 간다. 한려수도인 통영은 먹거리가 풍부한데 약이 되는 봄쑥이 도다리를 만나는 도다리쑥국, 멍게비빔밥 먹자고 입맛을 다시고 있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은 일 년에 두 번 정도다. 예전에는 한 번 정도 잠을 자면서 우정을 쌓았는데 이제는 일선에서 은퇴한 친구들이 많으니까 조금 더 자주 모여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웃이란 거리가 가까워야 할까? 자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일까? 지금은 광주 가는 기차 안이다. 바로 옆에 처음 보는 아가씨가 혼자서 커피 마시면서 폰이랑 놀고 있다. 나도 자리에 앉자마자 오두막에 들어가기 바쁘다. 여고 친구 방에 들어가니까 한명이 나랑 같은 기차 타고 간다고 호들갑이다. 10호 차와 1호 차는 머니까 도착해서 얼굴 보기로 했다. 또 다른 정차역에서 기차를 탄 건너편 아이 엄마도 아들이랑 다른 좌석에 앉자마자 폰이랑 놀고 있다. 아이 옆자리 아주머니가 자리 바꿔준다 해도 사양한다. 기차는 오송에서 옆자리 아가씨를 떨구고 간다. 내 옆자리 이웃이 바뀌었다. 비슷한 연배라 ‘비타레몬C’라고 또렷하게 글자가 보이는 사탕을 권했는데, 권한 내 손이 부끄럽다. 무안한 내 마음을 대학 친구들 방에 가서 풀고 있다. 폰 메모장에 써둔 ‘홍매’ 한시를 올렸다. 지난번 창경궁 온실에서 찍은 분홍색 장수매 사진도 함께 올린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대학 동기들은 내 오두막에 들어와 댓글을 달고 스마일 마크로 읽음 표시도 해주어, 이웃으로 살아감을 실감 나게 해준다.
구순을 바라보는 아버지하고도 전화보다는 문자로 얘기한다. 아픈 엄마를 대신하여 집안 살림을 하니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버지. 한쪽 귀가 안 들리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다 보면 전화 통화가 어렵다.
“ 청국장 보냈어요”, “잘 도착했다.”
혼자 걸어서 외출 못하는 엄마를 위해 점심 먹고 휠체어 태워 나들이를 간다. 장소는 아파트를 두 바퀴 정도 돌면서 화단에 피어나는 꽃과 나무들을 만난다. 그때 만나는 특별한 이웃이 고양이다. 아버지는 딸이 왔다고 손수 간을 한 굴비를 구워서 먹으라고 주고, 남은 부분을 조그만 비닐봉지에 싸서 나간다.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은 고양이에게 주려고 한다. 부모님은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가족이 새로 이사를 와도 대면대면 살고 계신다.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엄마를 돌봐주러 집에 오는 요양사들이다.
카톡이나 문자도 안 하는 남편의 이웃은 누구일까? 같은 층에 사는 동갑내기다. 붙임성이 좋은 이웃은 남편에게 잘 대해 주어서 부부가 모여서 저녁식사도 같이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큰아들 결혼식에도 가서 축하해 주었다. 그 이후 만날 때마다 식사 같이 하시죠! 하는 이웃 때문에 한 달 전에 날짜를 잡았다. 막상 그날이 다가왔는데, 옆집 아주머니와 불통으로 약속이 깨졌다. 만남을 기다리던 남편은 실망이 컸다. 옆집과의 관계는 이제 찬바람이 쌩쌩 부는 알래스카로 바뀌었다. 그 후 남편의 이웃은 건너편 산에 있는 헬스 기구가 되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연인들도 만나면 대화를 나누기보다 핸드폰을 같이 보면서 노는 시대다. 인공지능 로봇이 점점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음식이나 차를 싣고 나르는 로봇에게 붙여진 이름을 부르면서 친해지고 있다. 곧 집에도 반려로봇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사람과 로봇이 곧 이웃이 된다. 집에 화재가 나거나, 도둑이 들었다고 해서 달려와 줄 이웃이 있을까? 요즘은 잠자리까지 동행하는 폰을 눌러서 신고를 하는 게 더 해결책이다. 우리는 어느새 거리상 가까운 이웃과는 만나면 눈인사 정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