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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27회 · 3일 전
시니어하우징, 도심형 재편
건설사들, 서울 핵심지에 시니어 하우징 공급
자연·휴양형서 의료·생활권 중심 도심형 이동
고령 1인 가구·액티브 시니어 증가에 수요 변화
[THE Biz(더비즈)=안채영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시니어 하우징시장의 무게중심이 지방·외곽형 실버타운에서 서울 핵심 입지 중심의 ‘도심형 주거 모델’로 이동한다. ‘요양·돌봄 시설’ 성격이 강했던 시니어 주거가 의료·문화·웰니스·호텔식 서비스를 결합한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건설업계의 사업 전략도 빠르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IPARK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우미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서울과 수도권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도심형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노인복지주택 214가구와 근린생활·문화시설을 결합한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8년 준공 예정인 이 단지는 노인복지주택 214가구와 근린생활·문화시설 등을 결합한 도심형 시니어 주거 모델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소요한남 by 파르나스’를 공급한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역세권 복합개발 ‘서울원’ 내 웰니스 레지던스 ‘파크로쉬 서울원’을 선보인다. 롯데건설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시니어 레지던스 ‘VL 르웨스트’를 운영 중이다. 수도권 외곽에서도 변형된 시도가 이어진다. 우미건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경기 구리갈매역세권에서 중산층 고령자를 겨냥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모델인 ‘실버스테이’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민간 공급이 활성화되면서 자본시장도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13일 ‘국민연금공단의 노인복지주택 사업성 검토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내고 실버타운의 시장성 분석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실버타운을 고령층 주거·헬스케어 서비스가 결합된 ‘장기 안정 운영형 자산’으로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의 시장 판도와는 정반대다. 2000년대 초반 초기 국내 실버타운은 대규모 부지 확보가 용이한 경기 용인·가평, 강원, 충청권 등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관광지 인근이 주류를 이뤘다. 은퇴 후 전원생활과 휴양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산·호수·온천 등 자연친화 요소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삼성노블카운티(용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주택학회 등 고령친화산업 연구에 따르면, 당시에는 정주 안정성이 최우선이었으며 의료·상업·문화 인프라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였다.
하지만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가 고령층에 대거 편입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자산과 소비력을 갖춘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들은 은퇴 후에도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며 문화·소비·여가 활동을 지속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에 시니어 하우징의 입지 조건도 대형병원, 백화점, 지하철역 등을 모두 갖춘 서울 도심과 역세권으로 이동하며 도심형 주거 선호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시니어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은 노후 주거지 선택의 핵심 요인으로 ‘의료시설 접근성’과 ‘교통 편의성’, ‘기존 생활권 유지’를 꼽았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서도 고령층 다수가 현재 거주하는 지역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는 ‘AIP(Aging in Place)’ 경향을 뚜렷하게 보였다.
여기에 인구 구조 변화도 시장 판을 키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기대수명 연장과 고령 1인 가구의 급증으로 단순 ‘돌봄’을 넘어 종합적인 건강관리와 커뮤니티 서비스를 결합한 주거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공급되는 시니어 레지던스들이 대형병원 연계 서비스, 호텔식 컨시어지, 맞춤형 웰니스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다.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도 눈에 띈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형 시니어주택 공급 촉진계획’을 통해 2035년까지 1만2000가구 공급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용적률 인센티브, 공공기여 완화, 금융 지원 등을 통해 강서·서초·성북 등 공공부지를 활용한 도심 공급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높은 토지비와 운영비 부담, 복잡한 인허가 체계, 분양 제한 등은 여전히 민간 사업 참여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실버타운이 은퇴 이후 자연 속에 머무는 요양 공간이었다면, 최근의 시니어 하우징은 삶의 질과 도심 인프라를 그대로 유지하는 주거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서울 핵심 입지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사업 회수 구조와 제도적 지원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