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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구
문화/취미
시온
인증 31회 · 2일 전
"삼식이 소리 안 들어 좋아"... 밥 한 끼에 녹아든 위로
"오늘 메뉴가 뭐야?""그야 맛난 거겠지. 늘 맛있는데 메뉴는 왜 찾아?""그래도 매일매일 다르니 궁금하지."옆에 있던 분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슬쩍 거든다.
▲강화군노인문화센터 '따든당'의 6월 2주차 주간식단표. 영양 가득한 메뉴가 매일 다르게 차려져 어르신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 강화군노인문화센터관련사진보기
"홈페이지 들어가면 금방 알 수 있어. 오늘은 새싹비빔밥이네, 연근 샐러드도 있고.""와, 그래? 그럼 어서 가자구!"그 한마디에 우리 일행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자연스럽게 2층 급식실로 향했다.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노인문화센터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식당이 있다. 이름도 정겹다. '따든당'. '따뜻하고 든든한 식당'을 줄여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밥 한 끼의 온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강화군노인문화센터 노인급시설인 '따든당'에는 맛나고 행복한 급식이 제공되고 있다. ⓒ 전갑남관련사진보기
12시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급식소 앞에는 어느새 줄이 길게 늘어섰다. 센터 평생교육 강좌를 듣는 어르신들, 수영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 그리고 문화센터를 찾은 주민들이 차례를 기다린다.3,5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이지만, 음식은 결코 소박하지 않다. 영양을 꼼꼼히 챙긴 식단에 정성이 더해지고,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도 함께 운영된다.배식대에 다가서니 오늘 주인공인 새싹비빔밥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그릇에는 새싹채소와 상추를 비롯한 싱싱한 채소가 수북이 올라왔다."밥은 얼마나 담아 드릴까요?""한 주걱만 더 주세요."밥이 적당히 채워지자 옆 봉사자가 강된장을 적당히 얹어 준다. 고추장 대신 강된장을 넣은 비빔밥이라니, 벌써부터 맛이 궁금해진다.
▲구수한 강된장과 싱싱한 새싹채소가 어우러진 새싹비빔밥. 3,5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갈하고 푸짐하다. ⓒ 전갑남관련사진보기
반찬도 푸짐했다. 맑은 계란국에 연근과 브로콜리가 고소하게 어우러진 흑임자 샐러드, 자유롭게 덜어 먹을 수 있는 포기김치, 그리고 후식 오렌지까지 곁들여졌다. 식판에 차려진 모습 자체만으로도 식욕을 돋웠다.빈자리를 찾아 앉아 비빔밥을 쓱쓱 비볐다. 강된장의 구수한 향과 채소의 신선함이 잘 어우러졌다."자기 연근 좋아하잖아. 많이 먹으라구.""오늘은 완전 웰빙 만찬인 걸.""계란국도 간이 딱 맞네."한 숟갈, 두 숟갈 먹을수록 여기저기서 감탄이 이어졌다. 음식 맛도 좋았지만 함께 먹는 사람들의 표정이 더 좋았다. 웃음이 밥상 위에 꽃처럼 피어났다.그때 식당 안을 살피는 영양사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다."연근 샐러드는 많이 준비했어요. 더 드실 분 말씀하세요.""저 조금만 더 주세요."
영양사 선생님은 접시에 한가득 채워 주신다. 넉넉한 손길에서 음식 이상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친 뒤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며 모두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정말 기분 좋은 한 끼네."그때 한 분이 웃으며 던진 말에 같은 자리에 있는 이들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여기 오면 마누라한테 '삼식이' 소리 안 들어도 되니 얼마나 좋아!"은퇴한 남편을 '삼식이'라 부르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현실이 그 속에 담겨 있다.따든당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당이 아니다. 어르신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웃고, 정을 나누는 사랑방이다. 집에만 머물렀다면 나누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밥상 위에서 오가고, 혼자 먹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위로가 식사 한 끼에 녹아든다.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먹는 밥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이 아닐까.따든당에서의 점심은 새싹비빔밥 한 그릇으로 시작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든든한 포만감보다 사람 냄새 나는 정이 더 오래 남아 있었다.이름처럼 따뜻하고 든든한 식당, 따든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