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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소통
시온
인증 27회 · 4일 전
“돈 안 돼도 미래 판 키운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려 생명보험사들이 단순한 보험금 지급처에서 노후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지는 ‘토탈 라이프케어’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요양·주거·건강관리를 묶은 시니어 시장 선점 경쟁에 수천억 원의 뭉칫돈이 몰리는 추세다. 다만 초기 대규모 투자로 인한 적자 구조를 탈피해야 하는 숙제와 함께, 일반 시설보다 수배 높은 비용에 따른 돌봄 양극화 우려를 해소하는 것은 과제로 꼽힌다.
배경에는 급격한 의료·돌봄 수요 증가가 있다.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020년 37조4000억원에서 2024년 52조1000억원으로 4년 새 39% 불어났다.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45%가 65세 이상 환자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실손보험 전환 여파까지 맞물리면서 단순 질병 보장을 넘어 포괄적 노후 설계를 원하는 소비자 수요도 커지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장기요양 등급자 수는 2023년 100만명에서 2035년 171만명, 2050년에는 304만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요양시설 소유 규제가 완화되면서 생보사들의 시장 진입 속도도 빨라졌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천만을 넘었고, 이는 단기 흐름이 아니라 장기적 흐름”이라며 “생애주기가 고령자로 접어들면서 포괄적 노후 설계를 원하는 수요가 커지는 만큼, 이에 맞는 서비스로 나아가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적합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 KB라이프, 도심형 요양시설 5곳·통합 플랫폼 ‘선두’
KB라이프는 요양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에 총 900억원을 출자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지난해 서울 은평·경기 광교·서울 강동 3곳을 잇달아 개소해 현재 실버타운 1개(평창카운티), 도심형 요양시설 5개(위례·서초·은평·광교·강동)를 운영 중이다. 2028년에는 AI 기반 돌봄 기술과 에이지테크(Age-tech)를 접목한 ‘KB송파빌리지’를 서울 최대 규모로 추가 개소할 계획이다.
보험 플랫폼과 시설 운영을 연결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론칭한 통합 온라인 플랫폼 ‘골든라이프’는 노후자금 설계부터 요양 돌봄 연계까지 아우른다. 자산관리, 상속·증여 설계, 보험금 청구 지원까지 담아 고객이 생애 전 과정에서 KB라이프를 거치도록 묶는 구조다.
◆ 신한라이프, IoT·신경건축 결합 ‘사람중심 케어’
신한라이프는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에 지난해 1월·9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00억원을 출자했다. 올해 1월 경기 하남 미사에 첫 요양시설 ‘쏠라체 홈 미사’를 개소한 데 이어, 내년 부산 해운대 시니어 복합시설 개소, 서울 은평(쏠라체 북한산)·위례지구(쏠라체 송파) 주거복합시설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브랜드는 요양원 형태의 ‘쏠라체 홈’과 노인복지주택·요양시설을 결합한 ‘쏠라체’로 구분해 운영한다.
차별화 전략의 핵심은 ‘사람중심 케어’다. IoT·AI 기술로 입소자 건강 상태를 실시간 관리하는 스마트 돌봄, 돌봄 인력 체계적 육성, 치매 예방·심리 상담 프로그램, 개인 맞춤형 식단 제공을 서비스의 네 축으로 삼는다. 신경건축학을 시설 설계에 접목하고 현대건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팀 등 외부 전문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다.
◆ 삼성생명, 4535억원 투입… ‘노블라이프’로 참전
삼성생명은 지난해 8월 100% 출자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를 설립하고, 9월에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001년부터 운영해 온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의 토지·건물 일체를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총 4535억원을 투입했다. 현금 유상증자 310억원과 부동산 현물출자 4225억원으로 구성된다. 삼성노블라이프는 올해를 출범 원년으로 삼고 노블카운티 안정화와 함께 신규 시설 개발, R&D 체계 구축에 나선다. 삼성전자·KB라이프와 갤럭시 워치 기반 시니어 헬스케어 서비스 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 수익성·양극화 논란은 과제
생보사들의 적극적인 투자와는 다르게 수익성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인 KB골든라이프케어는 지난해 영업수익 216억원을 기록했지만 순손실이 104억원에 달했다. 2020년 6억원이었던 순손실이 2023년 81억원, 지난해 104억원으로 해마다 불어나는 구조다. 신한라이프케어도 지난해 매출 5억원에 순손실 12억원을 기록했다. 적자폭은 전년(-48억원)보다 줄었지만 사업이 이제 막 본궤도에 오른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시설이 정상 가동 궤도에 오른 이후 수익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인상과 돌봄 양극화 우려도 나온다. KB라이프·신한라이프·삼성생명 3사 생보사 요양시설의 월 본인부담금은 350만~470만원 수준으로, 일반 요양원(80만~100만원)의 4~5배 수준이다. 다만 이용하는 주거와 서비스 형태에 따라 본인 부담금은 큰 폭으로 변할 수 있다.
한 생명보헙업계 관계자는 “단순 금액만으로 비교할 것이 아니라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의 형태를 봐야한다”며 “일반 요양원은 4인실을 기준으로 하고 제공되는 서비스의 종류와 형태, 심지어 품질까지도 천양지차”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송 연구위원은 “생보사 진출로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는 자체는 타당한 지점이 있다”면서도 “그간 많은 요양 시설들이 영세하게 운영되면서 소비자들의 품질 불신이 적지 않았던 측면을 고려하면 대기업 진출로 시장 품질의 전체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우선하면 가격도 그에 맞게 조정될 수밖에 없고, 시설의 입지와 환경을 고려하면 단적으로 생보사들의 시장 진출이 전체 시장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해석은 적절치 않다”며 “다양한 요양 시설 서비스 품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낮은 지금, 시장 전체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면 현 단계에서 생보사 진출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송 연구위원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운영 주체와 시설 운영비 사용 내역 등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며 제도적 보완과 업계의 노력을 함께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