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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시대 '삶 관리하는 은행' 뜬다…172조 '치매머니' 쟁탈전 | 당근 카페
시온
인증 30회 · 3일 전
고령화시대 '삶 관리하는 은행' 뜬다…172조 '치매머니' 쟁탈전
치매환자 자산보호 위한 공동 가이드라인 검토
유언대용신탁·AI 금융보호 서비스 경쟁 확대
시니어 금융, 자산관리 넘어 '자산보호'로 진화
은행권이 172조 원 규모의 이른바 '치매머니' 보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자산관리(WM) 중심이던 시니어 사업도 금융사기 예방과 자산 보호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치매환자 금융착취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공동 가이드라인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172조 원으로 추산되는 치매머니가 금융사기나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 체계 마련에 나선 것이다.
■ 급팽창하는 '치매머니'…은행권이 주목한 이유
은행권이 치매머니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빠른 고령화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치매 환자 역시 100만 명 시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현재 170조 원을 넘어선 치매머니 규모가 2050년 약 488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매머니는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사실상 관리가 어려워진 고령층 자산을 의미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금융사기와 무단 인출, 가족 간 자산 분쟁 위험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치매머니를 단순 예금이 아닌 보호가 필요한 새로운 자산관리 영역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은행권은 TF를 통해 치매환자 의심 징후와 금융착취 의심 거래 유형, 대응 절차 등을 논의하며 공동 대응 체계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은행이 고객의 의료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치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금융착취에 대한 법적 개념 역시 명확하지 않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유언장이 아닌 '신탁'으로…치매 대비 금융상품 경쟁
치매머니 시장 확대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상품은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금융회사에 자산을 맡기고 사후 상속 방식은 물론 치매 발병 이후 자산 관리 방안까지 미리 설계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인지능력이 저하되기 전에 자금 사용 목적과 지급 방식을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매머니 보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최근 5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고액자산가 중심 상품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가입 기준이 낮아지면서 중산층 고객까지 이용층이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별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치매안심금융센터를 설립하고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치매안심신탁과 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확대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치매안심신탁과 치매금융 사전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치매 발병 시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특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은 의료비 치매 안심 신탁을 출시하며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시니어 금융 경쟁의 중심이 투자상품 판매에서 신탁 기반 자산 보호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 '돈 불리기'에서 '삶 관리'로…진화하는 시니어 금융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치매머니 보호 시장 선점을 위해 차별화된 자산관리(WM) 및 자산보호 전략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진=Gemini]
과거 은행들의 시니어 전략은 은퇴 설계와 연금, 상속 상담 등 자산관리 중심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요양시설과 헬스케어, 자산승계, 치매 대비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KB금융은 요양시설 운영과 AI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계열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요양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STM과 이동점포, 시니어 특화 점포 등 고령층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WM 경쟁 역시 투자 수익률 중심에서 고객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패밀리오피스와 상속·증여 컨설팅, 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한편 노후 설계와 요양, 자산 승계 서비스를 연계하는 종합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은행들의 시니어 사업은 '은퇴자산 관리'를 넘어 '생애 전반 관리'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단계를 넘어 건강과 요양, 상속, 치매 이후 자산 보호까지 연결하는 종합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시니어 고객의 금융 수요가 복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은행 경쟁력도 자산 운용을 넘어 고객의 생애 전반을 얼마나 폭넓게 관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