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은 확실히 부지런한 동네다.
아이들 일정도 빠듯하고,
부모들 역시 하루를 계획 없이 보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교육열이 높다는 말도 맞다.
학원, 문제집, 시험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포함돼 있고
그 흐름 안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노력과 반복이 실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도 생긴다.
이 환경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요즘 들어
아이의 생활이
문제집과 시험 위주로만 굴러가고 있는 건 아닐지
한 번쯤은 짚어보게 된다.
공부가 쌓여 이해가 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맞고 틀리는 경험에 먼저 익숙해지고,
결과에 반응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모습이
조금은 신경 쓰인다.
대치동에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들 역시 그 공기에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한다.
아빠 입장에서 보면
이 과정이 아이에게
집중력과 자신감을 주는 방향인지,
아니면
공부를 부담으로 먼저 인식하게 만드는 길인지
그 경계가 늘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 환경에서
속도를 크게 늦추는 선택이
현실적으로 쉬운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무엇을 더 시킬지보다
아이의 하루 안에
문제집과 시험이 아닌 시간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를
조금 더 의식하게 된다.
대치동이라는 환경이 주는 장점 속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균형이
어디쯤인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 시기다.